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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기 이름 앞에 가장 쉽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여자보다 아름다운 남자"이다. 연기자에게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 이 말을 그는 자신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왕의 남자>에 캐스팅 때만 해도 이준기는 배우로서 자신의 앞날을 다소 불안하게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왕의 남자>는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가 <플라이 대디>를 통해 비상을 시도한다. 화려한 외모에 배역을 가두지 않고 오히려 돋보이게 하는 배우 이준기를 맥스무비가 만났다.

#. 1.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연기자의 길을 걷다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출발점이었다. 고2 때 연극 공부하는 친구 손에 붙들려 마지못해 간 소극장에서 그는 자신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발견했다. 무대에 선 배우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낀 그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도 남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대에 선 배우를 향한 관객의 시선을 보면서 부러웠다. 객석에서 사람의 감정을 조율하는 그 사람이 하느님 같이 보일 정도였다.”

지금은 전 국민이 알아보는 스타의 위치까지 뛰어올랐지만 그가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 전까지 제대로 된 연기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그에게 사람들은 비웃음으로 화답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비웃음속에서 시작한 연기 생활이었지만 그는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물고 한 발짝씩 나아갔다.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사람 앞에서 장사는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도 싶었다. 수많은 오디션에서 낙방했지만 한 번도 이 길에 들어선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았다. “지금도 연기에 대한 부족한 점을 열정으로 채워나가는 것 같다.”

어렵사리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열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단점 밖에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연기자의 길은 이제는 그에게 '천직'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해져서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대중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고 내린 평가에 그는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고 했다.

#2. 미래는 내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왕의 남자> 때 모성 본능도 일으키지 않고 다른 배우가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이런 반응을 들었으면 얼마나 우울했겠어요.” 그가 관객들에게 인상을 강하게 남긴 것은 영화 <왕의 남자>때부터였다. 이준기는 <왕의 남자> 개봉 후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인지도의 변화가 성격마저 변화시켰을 때 인기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시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그의 인기는 그의 연기관도 변화시켰다. “남우주연상을 받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서른 살이 넘었을 때 욕심 한 번 내보고 싶다. 20대에 신인상 하나 받은 것도 정말 값진 ‘스타트’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끼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남다른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반짝 스타보다는 진정한 연기자로 남고 싶다는 그의 욕심은 촬영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인기에 안착하지 않는 현명함을 지녔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에 대해 그는 슬기롭게 대처해나갔다. 언젠가는 시들해 질 수 있는 인기에 대한 두려움도 버린 지 오래다.

20년 후의 모습을 물어보는 질문에 그는 "내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며 신중하게 답했다. “망가진 배우이거나 그때까지도 잘 나가는 배우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인기에 휩쓸리지 않고 성실하게 정진해 나가고 싶다. 그 나이가 되어서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때에도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연기자는 캐릭터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연기자가 선택 받은 직업은 아니지만 사람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는 ‘지휘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즐겁게 읽은 시나리오를 잘 표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것 같다. 어떤 역할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꾸준히 연기생활을 해나가면서 해답을 찾고 싶다.”

인터뷰 도중 이준기는 자주 이 말을 반복했다. “'공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 <플라이 대디>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고 이번 작업이 남다른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특유의 ‘귀여운 남자’ 이미지로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준기는 연기를 하면서 세상사는 법을 새삼 배우고 있다. “세상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시나리오에 표현되지 않은 과거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 하에 만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릴 줄 안다.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만함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배우로서 '안티'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는 것을 보면서 행동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런 부분은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3. 고소공포증 환자, 암벽을 타다


꾸준히 운동을 해 온 탓에 액션 장면을 소화해 내는 데 있어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암벽 씬을 찍을 때는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평소 쓰지 않은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몸에서는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TV에서 암벽 타는 사람들을 비쳐주었을 때 ‘돌만 잘 잡고 올라가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해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손가락 마디로 힘을 지탱하는 것이 들었다. 실제 암벽 전문가처럼 노련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현실에서는 높은 곳만 올라가면 몸이 자동으로 떨리는 고소공포증 환자였지만 영화에서만큼은 그는 ‘승석’으로 비쳐지고 싶어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보았을 때 그는 ‘승석’이라는 캐릭터를 자기만의 아픔을 담고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얼굴에 다친 흔적 하나 없으면 극중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다소 약해질 것 같았다. 얼굴에 나 있는 상처 크기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 상처가 크면 비호감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이야기만 거의 한 달 가까이 한 것 같다.(웃음)”

<왕의 남자> 촬영장에서 그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본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그는 지금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다. “반짝거리다 소멸하는 스타가 아닌 대중 안의 진실된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4. 다른 사람의 연기를 모방하고 싶지는 않았다

<왕의 남자>로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얻은 이준기는 신인일 때의 마음가짐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그를 대하는 주변 환경의 급격한 변화만 있었을 뿐 ‘인간 이준기’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기를 의식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잊지 않는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무궁무진한 이 배우는 연기에 대한 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보였다. “현 시점에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여배우와의 작업 보다 좋은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일이다. 거기서 한 몫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유쾌한 경험이다.”

전작의 이미지를 벗고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한 남자로 돌아온 그는 <플라이 대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원작소설과 일본 영화를 챙겨보지 않았다. 영화가 크랭크인 하기 전에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극구 사양했다. 극중 ‘승석’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 방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왕의 남자>의 경우 영화의 모태가 된 연극 <이>를 미리 보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만의 ‘공길’을 만드는 데 방해만 되었다. “기존에 어떤 사람이 만들었던 틀을 모방하고 싶지는 않았다.”

극의 흐름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연기만 돋보이기를 위하는 배우가 있다. 반면 극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는 배우도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후자가 되고 싶은 배우 이준기는 ‘승석’이라는 인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늘 이런 생각을 몸 안에서 떠나 보내지 않았다.

#5.배우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다. 작품 선택 기준도 명확하다. 관객에게 자신이 연기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전달해낼 수 있는 작품을 고른다. 배우에게 대중들의 관심은 연기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이다. 지금은 스타의 자리에 올라 있지만, 이준기는 계속해서 어려운 도전을 하고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한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널렸지만 관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많지 않다. 아직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을 올리기가 부끄럽다는 그는 그 단어 대신 공동 작업에 참여한 배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왕의 남자>의 경우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는데 <플라이 대디>는 즐겁게 촬영한 것 같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던 이문식 선배님이 현장에서 편안하게 이끌어 줘서 더 행복했다.”

연기가 퇴보할 것 같은 불안함은 그로 하여금 공백기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배우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고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그는 <플라이 대디>를 끝내고 나서 가장 듣고 싶은 소리가 성공적으로 한 작품을 끝낸 연기자라고 했다. 이준기는 영화 <플라이 대디>를 끝내놓고, 처음 감독을 만났을 때 느꼈던 영화에 대한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즐겁게 작업했고,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완성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듯했다. ‘예쁜 남자’의 명성을 뛰어 넘는 ‘연기파 배우’ 이준기의 새로운 매력을 기대해 본다.


글. 사진:김규한 기자

진행: 김규한 기자, 홍보희

촬영: 판도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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